2024.02.18
広島 01 (231221)

(늘 그랬듯) 다소 뜬금없이 히로시마에 가기로 했다. 2022년 크리스마스를 일본에서 보냈던 것이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서 이 시즌은 해외에 있고 싶었다. 뭐 여기저기 알아보니까 가깝고 부담 없는 곳은 일본이라. 어딜 갈까 검색하다가 히로시마가 나왔는데 생각보다 더 매력적인 곳 같아서 (그리고 오코노미야키가 먹고 싶었다. 후쿠오카에서 먹었던 히로시마 오코노미야키가 아주 인상적이었기 때문) 여기로 결정했다.

새벽 4시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 이날 정말 추웠는데 뭐가 얼었는지 어쨌는지 내가 탈 비행기만 지연… 아침 비행기는 지연되면 너무 힘들다. 빨리 체크인 하고 널부러져 있고 싶어서 잽싸게 셀프체크인, 셀프짐부치기 완료.

게이트 앞에서 눈 붙이다가 책 읽다가 하다 보니 탑승 시간이 됐다. 이날 읽었던 건 좀비즈 어웨이였나 그랬다. 대기 길어질때는 핸드폰보다 책이 좋다. 탑승하라고 해서 얼른얼른 탑승. 아 유심은 e심으로 미리 준비했다. 환전은 못해서 세븐일레븐 atm에서 돈을 찾기로 했다.

쩝… 타자마자 잠들어서 사진이 없다. 히로시마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히로시마, 쿠레행 표를 끊을 수 있다. 이코카로도 됐던 것 같은데 그냥 현금으로 샀다. 기계가 돈을 먹어서 이걸 어쩌나 했는데 옆에 리셋버튼 누르니까 다시 나왔다 ㅋㅋㅋ 나는 히로시마역으로 가는 버스를 끊었다.

일본여행 갈때는 이 동전이 주체가 안 되기 때문에 무조건 동전지갑을 가져간다. 투명하고 조그만 지퍼백 정도면 ㅇㅋ인데… 원래 쓰던 것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지갑으로 쓰기엔 다소 얼탱이 없는 비주얼의 주머니를 동전지갑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나름 투명해서 쓰는 데 문제는 없었다. 겉으로 몇엔짜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

어딜 가든 카키후라이가 있는 걸 보고 정말로 히로시마에 와버렸구나 생각했다. 쿠시카츠도 먹고 싶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버스를 기다렸다. 몇분 후 버스가 도착해서 얼른 탔다. 타서도 밖에 좀 구경하다가 그냥 평범한 고속도로길래 거의 그냥 졸았다. 그냥 틈만 나면 자는 사람.. 나..

역에 내렸다. 숙소까지 걸어서 15분 정도길래 주변 구경도 좀 할 겸 슬슬 걷기로 했다. 크게 오르막길이 없기도 하고 캐리어도 그렇게 무겁지 않아서 걸을 만 했다. 고가 옆 샛길로 나와서 다리 하나 건너 쭉 걸으니까 숙소 근처 도착.

이번 숙소 역시 캡슐호텔. 캡슐 큐브 히로시마 라는 곳이었다. 캡슐호텔답게 저렴! 4박 17만원으로 예약했다. 아직 체크인 시간이 안돼서 우선 짐만 맡겼다. 입구에 간단하게 음식 먹을 수 있는 라운지가 있다. 전체적으로 매우 깔끔하고 친절! 날이 좀 추워서 작은 손난로도 가져갈 수 있게 놔뒀다. 두개 챙겨서 다시 밖으로~

Capsule Hotel Cube Hiroshima · 4.2★(765) · 캡슐 호텔

14-5 Noboricho, Naka Ward, Hiroshima, 730-0016 일본

maps.google.com

우선 현금이 없기 때문에 편의점 가서 현금부터 찾기로 했다. 걸어가다가 발견한 커리집! 간판이 마음에 든다. 이때부터는 카메라를 꺼내서 들고 다녔다. 렌즈만 한바가지인 미러리스인가 뭔가 쓰다가 그냥 편한 디카 쓰니까 넘 좋다.

세븐틴이 광고모델이군.. 크리스마스라서 편의점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 광고를 하고 있었다. 일단 atm기를 찾아 돌진.

한국어 지원돼서 편하게 찾을 수 있었다. 트래블로그 카드 첫 사용인데 이렇게 편하다니..! 만오천엔 정도면 될것같은데 그렇게는 못뽑았나? 무튼 그래서 2만엔 인출! 남으면 킵했다가 또 오면 되니까

현금을 찾고 뭘 좀 먹어볼까 싶어서 기웃대다가 히로시마 명물이라는 시루나시 탄탄멘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탄탄면은 원래 국물 없는 거였는데 일본사람들 입맛에 맞추다보니 라멘처럼 국물이 생겨난 것이라고. 여기에서는 탄탄면의 본모습(?)인 국물 없는 버전을 맛볼 수 있다. 쿠니마츠가 가까워서 고고!

쿠니마츠 본점 · 4.2★(985) · 탄탄면 전문점

8-10 Hatchobori, Naka Ward, Hiroshima, 730-0013 일본

maps.google.com

자판기로 주문하는 방식이다. 원래는 줄을 길게 선다는데 애매한 시간에 와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한 3분 기다렸나? 후쿠오카에서 눈 비 맞아가며 츠케멘 웨이팅했던 거 생각하면 여긴 너무나 평화로운 편… 후쿠오카는 이제 줄 안 서면 밥을 못먹더라고.. 여하튼 매운 단계가 나눠져 있는데 4단계는 엄청난가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단계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매운맛인 듯.
매운맛 3단계가 오스스메구나! 가격이 650엔이라는 점이 매우 맘에 든다. (한국이라면 9천원부터 시작했을지도..?) 밥도 미니-하프-일반으로 나눠져 있어서 선택하기 좋았다.

국물처럼 보이지만 소스다. 면을 들었다 놨다 하며 섞어주면 면에 배어들어 사라진다. 매큼하고 짭짤한 맛. 밥 비벼 먹으면 맛있다. 좀 맵다 싶으면 달걀 추가하면 될 듯!

밥 먹고 여기저기 어슬렁.. 그나저나 날씨가 엄청 좋았네. 미술관이 있길래 들어갔다. 별로 땡기진 않았지만 흠..

관광지가 거의 모여 있어서 한 번에 이동하기 편했다. 이날은 버스랑 전차는 안 타고 거의 걸어다녔다. 히로시마 성부터 원폭돔까지는 거의 지하도로 연결돼 있는 수준이던데? 그래서 찬 바람 안 맞고 쭉 걸을 수 있었다. 어쨌든 미술관에서 나와 히로시마 성 관람. 가까이서 보는것보다 약간 멀찍이서 보는 게 더 멋지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별로 없어 여유롭고 한갓졌다~ 그래서 좋았음

쭉쭉 걸어 원폭돔 근처 도착! 관광지를 너무 하루에 몰아본 것 아닌가 싶긴 한데… 다니면서 이것저것 먹어야 하는 일정이 이 뒤로 줄줄이 있기 때문에 그냥 한 번에 다 보기로 결정했다. (워낙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그런지 이렇게 뽈뽈 여기저기 싸돌아다녔는데도 낮잠 타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사진은 무지 귀여운 히로덴. 신식 전차랑 옛날 전차가 섞여 다니는데 한 량짜리 옛날 전차는 진짜 무지 귀엽다.

일케 생김!

원폭돔이랑 평화공원을 구경했다. 주요 키워드는 평화다. 평화라… 물론 이런 참사가 또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도 분명 있긴 하지만 내게는 일본을 계속 피해자로 포지셔닝하려는 의도가 좀 더 강하게 느껴졌다. 가해국으로서의 일본은 지우고 관람객들의 감정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내가 너무 꼬인 걸까?) 뭐 우야든동 여기에서 시간 좀 보내면서 여기저기 관람했다. 근데 서양인 관광객들 진짜 엄청! 무지! 많음!

사진은 없는데 이 근처 평화공원을 뽈뽈대며 돌아다니는 바람에 체력이 바닥 났다! 이날 무려 만 칠천 보나 걸었다; 전차를 타고 숙소로 복귀해서 좀 자기로 했다.

숙소 1층이 패밀리마트라 편했다. 뭐 간식거리 있나 기웃대다가 끌리는 게 없어 물 한 병 샀다. 계산대 앞에 시나모롤 굿즈들이 있었다. 귀엽..

키를 받고 입장~ 캡슐호텔이 다 그렇듯 여기도 문을 잠글 수 없다. 그래서 개인 물품 보관에 신경 써야 함. 나는 캡슐이 아니라 디럭스였나? 캡슐 침대 옆에 책상이랑 옷장이 있는 걸 예약해서 노트북이라든가 잃어버리면 곤란한 것들은 여기에 넣어놨다. 열쇠는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신발장, 하나는 그 옷장 키다. 내부는 되게 깔끔! 매일 나가면서 키 반납함에 청소 부탁한다는 표식을 넣어두면 청소도 해준다. 나인아워스도 그렇고 매일 청소해주는 게 좋다구.. (나인아워스는 10시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나가야 했는데, 여긴 일반 호텔처럼 청소 요청하는 게 숙박하는 사람 자유였음) 1인이 사용할 수 있는 샤워실이 마련돼있어서 나는 좋았는데 방 내에 개인 욕실이 있었으면 좋겠다거나 다른 사람과 파우더룸을 공유하는 게 싫다거나 하는 사람은 캡슐호텔 비추!!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책상이 있어서 라운지까지 가지 않아도 앉아서 노트북을 할 수가 있다! 옷을 옷걸이에 걸어둘 수도 있어서 좋다. 무려 텔레비전도 붙어 있다 ㅋㅋㅋ 잠옷이랑 수건은 매일 새로 제공된다.

흠냐뤼
누워보았다! 조금 추워서 복도에 비치된 담요를 한장 덮고 그 위에 이불을 덮으니 확실히 따뜻했다. 티비 좀 보다가 숙면… 아주 그냥 잠이 솔솔 오더이다

자~ 밤이 되었으니 저녁 먹으러 나가볼까? 호텔 위치가 번화가랑 가까워서 정말 좋았다. 조금만 걸어도 10분 내외면 가고 싶은 곳 거의 다 갈 수 있다. 버스정류장이랑 전차 정류장이 바로 앞인것도 매우 편했다. 히로시마 여행 계획중인데 캡슐도 괜찮다면 여기 적극 추천~

저녁은 히로시마 오코노미야키로! 오코노미무라라고 오코노미야키만 파는 빌딩이 있는데 거기는 그다지 땡기지가 않아서 여기로 갔다. 도요카프 캐릭터가 곳곳에 있다 ㅋㅋㅋ

Okonomiyaki Junior · 4.8★(496) · 오코노미야끼 전문식당

3-21 Tatemachi, Naka Ward, Hiroshima, 730-0032 일본

maps.google.com

가게 내부는 좁다. 7명 정도 앉으면 꽉 차려나. 다찌석에 앉아서 아저씨가 만들어주시는 걸 구경했다. 오사카 오코노미야키는 재료를 다 섞어 부치는데 여기는 층층이 쌓는다. 면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력. 나는 히로시마 오코노미야키가 더 맛있더라고? 면이 바삭거리고 전체적으로 볼륨이 있어서 하나만 먹어도 무지 배부르다. 그나저나 저 오타후쿠 캘린더 엄청 탐나네.

이맘때쯤 으레 해주는 노래 경연 프로그램을 틀어두셔서 그거 보다가 철판 구경. 후쿠오카에서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저시들 북적이는 동네 오코노미야키집 갔었는데… 갑자기 생각나네 ㅋㅋㅋ 철판이랑 접시 선택하라고 하셔서 접시로!

아따 예쁘게 생깃다.. 달콤 짭짤한 소스 맛이 두드러지는데 바삭바삭하니 식감이 좋다. 해산물도 들었다. 우롱차도 하나 시켜서 느긋하게 먹었다. 갈때쯤 돼서 계산하니까 혼자 여행하는거냐고 하셔서 그렇다고 서울에서 왔다고 대답함ㅋㅋㅋㅋ 구글맵에서 인기있어서 여기 온거라고 하니까 감사하다고,, 여하튼 여기 아저시도 무지 친절하시고 맛도 좋다. 수수한 동네 맛집 같아서 좋았다.

배부르기도 하고 옷에 냄새가 배서 좀 걸었다. 눈이 조금씩 내렸다. 이런 낭만적이잖아~ 전차가 예뻐서 사진도 좀 찍어 주고. ㅋㅋㅋ

로손에는 뭐가 있을까 구경하러 들어감. 발이 시린데 수면양말이 있어서 매우 관심있게 봤.. 은 8천원이나 해서 그냥 돌아나옴. 수면양말에 8천원이나 태우고 싶진 않아요..

잠시 스위츠 코너 탐색 시간이 있겠습니다. 푸칭푸딩 클래식을 사갈까 하다가 딸기 맛이 있어서 골랐다. 이코카로 결제하고 나옴. 호달달 떨면서 들어와서 씻고 한 입 먹었는데.. 음! 역시 클래식이 낫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 꾸덕한 말차 디저트는 도대체 왜 안 파나 모를 일.. 수요가 읎나ㅠ 매번 일본 올때마다 찾는데 없네.. 아숩..

숙소 내에 섬유탈취제가 준비돼있기도 하고 나도 가져와서, 옷에 칙칙 뿌려서 밖에 걸어두고 잠들었다. 진짜 알찬 하루였다.. 과하게 알찼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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