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날 아침. 아침 먹고 싶은 곳이 있어서 빨리 나왔다. 아침에 보는 전력타워... 아침엔 날씨가 좀 흐렸지만 그래도 마냥 좋았다. 여긴 관광객이 워낙 없어서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굉장히 여유롭다. 물론 뭐 유명한 식당들은 웨이팅 하긴 하지만 후쿠오카처럼 극심하지는 않다. 한국인이 진짜 없어서, 여기 정말 외국이구나~ 싶은 느낌. 그래서 좋음.

얼마 전부터 어떤 것 하나를 집중적으로 탐구해 보는(?) 여행을 매우 좋아하게 되었는데, 이런 취향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타카기 나오코의 만화가 아주 큰 역할을 했다. 나고야에서는 최대한 다양한 종류의 모닝구를 먹어 보는 것과 나고야메시를 정복하는 것이 목표. 다음에는 후쿠오카에 가서 돈코츠 라멘집만 찾아다니는 여행이나, 다카마쓰에 가서 우동만 끝없이 먹어보는 여행, 타코야키만 주구장창 먹는 오사카 여행을 해보고 싶다.
아무튼 나고야는 아침 10시나 11시까지 킷사텐에서 모닝 세트를 판다. 아침에만 4~600엔정도의 금액으로 커피+토스트+삶은달걀 등의 조합으로 아침식사를 할 수 있다. 유래에 대해선 여러가지 설이 있는 것 같음. 공장 노동자를 위한 간단한 식사다, 자동차 보급으로 인한 교통체증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소음 때문에 공장에서 손님을 맞이하기 어려우니 주변 찻집을 자주 이용하기 시작했고 거기에 따른 답례로 주인장이 토스트 등을 하나둘씩 내주기 시작한 문화가 모닝구로 자리잡은 것이다 등등등...
이 모닝구가 흥미로워서 아침을 두 번씩 먹은 날도 있었다. 첫번째로 간 곳은 전력타워 근처 에델바이스.


딱 봐도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오는. 자리에서 담배 피우는 그런 옛날 다방 느낌이다. 쇼와 29년경에 창업했다는데.. 그럼 1950년대에 오픈한 곳인 건가? 암튼 이런 다방은 처음이라 매우 흥미로웠다. 거의 오픈하자마자 갔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사람이 왔다 간 건지 담배 냄새가 연하게 났다. 자리잡고 앉아서 주문!
세트가 네 개씩이나 된다. 햄 야채 샐러드, 오구라, 피자토스트... 따흑 너무 고민됐지만 첫 모닝구인만큼 베이직한 걸로 선택. A로 간다.

따뜻한 물수건을 만지작거리면서 여기저기 사진 좀 찍다보니 금방 나온 메뉴. 이런 구성이로구나. 커피가 매우 진해 보여서 이거 괜찮나 싶었는데 매우 좋았다. 여기도 그렇고 다른 곳도 그렇고 빵이 압권인데, 우선 두께가 보통이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소해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고소하다. 갓 나온 빵은 이런 맛인걸까... 정말 대단한 맛임. 그리고 약간 짭짤하기도 한데... 무튼 훌륭하다. 아침마다 이런 빵이라니 행복하겠다. . . ^ ^.. .
아침으로 먹기에 괜찮은 듯 적은 듯한 양이다. (사실 샐러드 하나 더 시켜 먹고 싶었음) 근데 뭐 어차피 나고야에서 할 일이라고는 걷고, 먹는 것밖에 없는 나는... 이날 가기로 맘먹은 식당이 줄줄이 있었기 때문에 적당히 먹고 나오기로 했다 ㅋㅋㅋ

이른 아침에 가서 조용하게 즐긴 첫 나고야 모닝. 다이만조쿠.

먹는다(입력) -> 걷는다(출력)
이런 느낌으로 여행한다. 먹었으니 걸을 차례. 나고야 성에 가봐야지. 날씨가 좋아졌다. 여전히 춥지만.



나고야 시청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여튼간에 날이 좋아서 사진이 잘 나왔다. 매우 흡족. 나 같은 사람에게도 멋진 사진을 안겨주는 루믹스.. 60만원 정도 준 것 같은데 최고의 소비였다. 나한텐 한참 과분한 카메라.. ^ ^ 막 찍어도 잘 찍은 것처럼 나오게 해줌... 색감도 좋고. 멋진 녀석.

쭉쭉 걸어가다 보면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근데...


나고야성 입구에서 솜씻너됨
그런데 이 여성에겐 이미 이러한 전적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지난 교토 여행 때였다... 서있기만 해도 욕이 절로 나오는 일본의 여름을 견디며 교토를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내가 돌아다니고 있던 그 골목에서 버스를 타고 청수사에 가려면 한참 걸어야 했다. 더위따위 참아내겠어 하고 버스정류장까지 열심히 걸었는데.
청수사 부타이(네이버에 청수사 치면 나오는 그곳)이 공사중이었고. . .
나는 솜사탕 물에 씻은 너구리처럼 그냥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버렸던 것이다...
숙연..

일단.. 천수각만 못 들어간다는거지 다른 곳은 들어갈 수 있었다. 우선 티켓 끊었다. 천수각 공사의 충격이 너무 컸던 것일까? 지갑에서 돈 꺼내면서 국제학생증 내는 것을 잊었다. (그리고 그걸 한국 와서 여행 사진 돌려보면서 알았다)
암튼 날씨가 좋아서 옥색 지붕이 잘 보이겠구나 싶어.. 그건 기분이 좋았다. 교토에 이어 또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싶어 솔직히 좀 웃기기도 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성 쪽으로 들어가기 전에 사진 찍을 수 있도록 공원처럼 쭉 되어 있는데 거기에서 기념사진 많이들 찍더라고? 난 얼굴 사진은 잘 안 찍으니 성 사진을 마음껏 찍었다. 이 사진 찍으면서 저 긴샤치를 가까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찍기로 하고, 우선 성을 멀리서 감상~

나고야 성을 먼저 둘러보고, 그 다음 혼마루어전을 보는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나고야 성부터 둘러보고 오기로 . . .

우왕!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컸다. 오사카성하고 비슷한 것도 같은데 그것보다 약간 덜 화려한 느낌. 오사카성 보러 갔을 때 사람이 정말 많아서 혼잡했는데 여기는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사진 보고 사진은 역시 사진기로 찍어야 하는구나 싶었다. 내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낫다... 루믹스 이 녀석 여러모로 아주 효자깅임



혼마루어전. 여기저기 그냥 모두 금박이다.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그림이 끝없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수많은 방과 복도들. 공간마다 호랑이나 표범 같은 동물, 각종 상징적인 식물들이 그려져 있다. 일본은 호랑이가 없어 고양이를 보고 호랑이를 상상해 그렸다는데 진짠가? 하하 여튼.. 여긴 일본의 국보들을 끝없이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꼬불꼬불하게 길이 이어져 있고 문이 여러 개 나 있어서, 문을 전부 열면 이쪽 복도에서 저쪽 복도가 보인다. 저택이자 관청으로도 사용했다는데.. 여기서 지내라고 하면 불안해서 절대 못 지낼 듯 하다. 문을 닫아도 누군가 나를 끊임없이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것 같은... 너무 크고 넓어서 그런가. 내부를 그대로 보존하느라 난방이 안 되는 점도 그런 느낌을 받는 데 한몫 한 것 같다. 너무 춥고 발이 시려웠어. 문을 몇 번이나 열어야 하는 크고 휑한 방에 그려진 화려한 그림들을 둘러보며… 희한한 느낌을 받았다!

나고야성 모양 초콜릿. 왠지 재미있어서 찍음.


왠지 센토사가 떠오르는 조형물을 뒤로한 채 버스를 타러 갔다. 꽤 걸어서 편하게 가고 싶었다. 먹으러 갈 때(속이 비었을 때)에는 응당 자동차에 몸을 실어줘야만.


나고야메시 중 하나인 키시멘을 먹으러 왔다. 많이 얇은 칼국수 같은 면요리다. 난 면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거 절대 못 참는다(아무도 참으라고 한 적 없음)
여기는 에도시대 고문서에 적혀 있는 방식을 모티브로 음식을 만든다고 한다. 면은 수타로 만든다고. 역시 이곳의 메뉴판에도 한국어나 영어는 없다. 메뉴판에 있는 어떤 메뉴라도 키시멘으로 주문 가능하다.
난 처음에 키시멘이라는 게 요리 이름인 줄 알고, 가서 당당하게 키시멘 달라고 얘기했다. 근데 주문 받으시는 분이 어리둥절하게 어떤 메뉴를..? 이라고 해서 그제서야 알아차림 ㅠ 바보야.. 그래서 그냥 가장 기본으로 달라고ㅋㅋㅋㅋ 함ㅋㅋㅋ

안쪽에 앉게 됐는데..
의도치 않게 나 혼자 6인석을 차지해 버렸다!

조금 기다리니 메뉴가 나왔다. 기본으로 달라고는 했는데, 도대체 무슨 메뉴가 나오게될지 전혀 모르겠어서 아주 떨리는 맘으로 기다렸다. 드디어 그분을 영접. 면은 듣던 대로 매우 얇았다. 우동을 얇게 밀면 이런 식감일 것 같다. 뜨끈한 국물은 천수각 못 간 아쉬움도 추위도 한번에 날려 버린다.

가다랑어포 맛이 나는 짭짤한 우동 국물에 얇은 칼국수면 넣어 먹는 맛. 면이 특이하긴 한데, 국물은 예상 가능한 맛이다. 실패 없는 안정적인 맛이랄까. 근데 면이 맛있어서 다음에는 야마카케나 카레, 에비오로시를 먹어보고 싶다. 에비오로시 비주얼이 굉장하다. 나를 위해 링크 남겨둬야지.
https://ikidane-nippon.com/ko/interest/sohonke-ebisuya-main-store




먹었으니? 걷는다.
나고야 과학관이 되게 멋있게 생겨서 가보기로 결정! 천체 보는건가? 가운데 구가 들어있어서 매우 신기했다. 앞에 분수도 있었음. 현장체험학습 온 아이들이 엄청 많았다. 난 안에 들어가진 않고 사진만 잔뜩 찍음.

오스칸논 갔는데 공사중이었음. 청수사부터 나고야성, 오스칸논까지..^^ 솜씻너의 연속. 근데 다행히 안으로 들어갈 수는 있어서 좀더 들어가서 찍어봄.




짜잔. 이렇게 생겼읍니다. 기도하는 사람들도 많고 향 냄새도 많이 났다. 여튼 여기저기 구경하고 왼쪽을 보니까 오스 상점가가 있었다.

여기인 듯! 쭉 들어가 봤는데… 별로 흥미 없었다. 쇼핑가에 관심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 여기 콘파루 본점이 있는데 새우 샌드위치를 먹을까 하다가 그것보단 다른 방식으로 새우튀김을 즐겨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고… 신속하게 상점가를 빠져나온 나는


그 길로 텐무스센쥬에 달려갔다. 여기서 먹고 가고 싶었는데(키시멘 방금 먹지 않았냐고요? 많이 걸엇다고요. 면은 원래 배가 빨리 꺼진다고요.. 아무도 뭐라고 안하는데 괜히 변명하는 나) 테이크아웃밖에 안 된다고 해서 다섯 개 짜리 테이크아웃했다. 라운지 가서 먹어야지 호호. 근데 날이 추워서 돌아가는 길에 뜨끈한 다방커피를 한 잔 하고 싶어졌고…


실천이 다소 빠른 편.
바~로 리용 도착. 여기는 아마도… 모닝 메뉴를 여섯시쯤까지 하는 곳이다. 흠 모닝 메뉴? 지금은 아침이 아니니까 관심 없.. 기는무슨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죠? 바로 시켜줍니다.


다방 스타일. 역시 흡연 가능이라 재떨이가 자리마다 있다. 가운데에서 신문 보면서 담배 피우는 아저씨들 많았음. 내가 뭘 먹고 있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담배 냄새가 많이 났다ㅋㅋㅋㅋㅋㅋㅋ 이것이 킷사텐이구나…^^ 적응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음.


하지만 그곳에서 서빙되는 것이 이렇게 영롱한 비주얼을 자랑한다면? 저는 실내흡연을 포함한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잼 잘 안 먹는데, 좀 많이 걸었기도 했고 달달한 게 급 먹고 싶어서 시켜보았다. 후르츠칵테일하고 잼이 섞여 있는 극강의 단맛이었는데, 빵이 따끈하게 샌드위치메이커에 눌려 나오는 바람에 안에 있는 잼과 과일도 따뜻하게 나왔다. (그래서 더 달았다.) 하나 먹고 한계 봉착. 하지만 불가능은 없다.. 커피로 내려가면서 먹음🥹 어우 사진만 봐도 달아

이렇게 먹고 450엔! 좋은 간식이었다. 기분좋게 텐무스 봉지를 달랑달랑 들고 나오는데 엥 어디서 이렇게 담배 냄새가 나는거지? …. 는 내 옷이었다. 진짜 얼마 있지도 않았는데 고새 배어버림. 따흑… 냄새도 뺄 겸 숙소까지 천천히 걸어가기로. 별로 안 멀기도 하고, 옷에서 담배냄새가 나기도 하고, 무엇보다 가자마자 텐무스를 먹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양심상.



멋진 나고야의 빌딩들을 구경하며. 나고야역 1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보이는 숙소🥰

라운지 도착! 맨 꼭대기 층이라 전망이 매우 좋다. 나는 꼭 애매한 시간에 돌아와서 한숨 자는 스타일이라 이용객이 많지 않을 때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었다. 기분좋게 창가 자리에 앉아서 소중하게 품고 온 텐무스를 개봉해줍니다…


이 녀석이 바로 텐무스. 그냥 쉽게 말해 새우튀김 주먹밥이다. 엄청 심플하게 생겼는데 적당히 짭쫄하고 감칠맛이 도는 것이… 아주 훌륭하다. 목이 막 막히지도 않음. 소금오니기리에 시즈닝 된 새우튀김이 들어있는 듯한 맛? 그리고 새우가 무지 실하다. 바삭하지 않은 새우튀김 괜찮을까 싶었는데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이걸 먹지 않고 한국에 돌아갔다면 많이 후회했겠다 싶을 정도의 맛이었다. 우엉조림 같은게 호일에 같이 들어있는데, 그 녀석도 참 심플하게 생겨서는 훌륭한 맛을 자랑함.

이렇게 나는 가볍게 텐무스 다섯 개를 순삭했다. 이렇게 나고야메시를 하나씩 정복해가고 있는 나… 제법 멋져요.

나고야 풍경을 벗삼아 먹는 맛은.. 말해 뭐합니까😋 노트북에 사진 좀 옮기고 이 닦고 캡슐 들어가서 쉬고 나니 금방 밤이 되어 또 저녁을 뭘 먹을까 고민해야 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상할 정도로 먹을 것 얘기만 하는 여성)

매운 것이 급 당겨서 타이완라멘을 먹으러. 타이완이랑 뭔가 관련이 있나? 싶었는데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걍 홍철없는 홍철팀 같은 느낌인가보다. 고독한미식가 나왔던 집 가서 고로상 따라 먹고 싶었는데 너무 멀어서 포기. 대신 미센 이라는 집에 갔는데 찾아보니 맛집이라고… 어쩐지 줄이 엄청엄청 길었다. 다 현지인들이길래 나도 슬쩍 줄 서봄.

라멘이 나왔는데 생각보다 양이 그리 많진 않았다. 생각보다 좀 매웠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후루룩 먹는 얼큰한 국물은… 언제나 정답이니까… 맵긴 매웠지만 괜찮았다. 매운 게 먹고 싶다면 추천! 다음에 가면 꼭 고독한 미식가에 나온 집을 가보리.


밥먹고 아쓰타 신궁 갈까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었던 것일까... 일단 들어가는 입구를 못찾았고, 가는 길에 가로등이 없어서 매우 무서웠다 ㅋㅋㅋㅋㅋ ㅠ 그래서 그냥 호다닥 돌아왔다. 그냥 지하철 두 번 탄 여성 됨...


허망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편의점에 가서 말차 다이후쿠를 사먹었다. 원래 말차 타르트처럼 꾸덕한 걸 먹고 싶었는데 편의점을 다 돌아다녀도 꾸덕하고 쌉싸름한 말차 타르트는 찾을 수 없었음.... 아쉬운 대로 찹쌀떡으로 만족. 라운지에서 찹쌀떡 먹고 씻고 숙면을 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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