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6
프라하 12 (221030)

그동안 블로그 자체를 안 들어왔었다. 여행기를 다 끝마치지 못했다는 게 문득 떠올라서 계속 써본다. 언제나 맛있었던 그란디오르 호텔 조식. 친절하고 깨끗하고 좋은 숙소다.

저 네모난 케이크 같은 건.. 집기 전부터 맛을 알 것 같았음. 근데 먹어보니 진짜 그 맛이었고(?) 너무 별로여서 남겼다. 내가 좋아하는 뺑 오 쇼콜라 있어서 먹었다.

10/30 일정
마스크 구입 / 캄파 공원 / 프라하의 아기 예수 / 클레멘티눔 / 저녁 식사

KF94 마스크는 몇 개 있는데, 얇은 마스크가 없어서 사러 갔다. 얇은 것 쓰다가 94짜리 쓰려니까 숨쉬기가 넘 불편해서. 약국이랑 DM 서너 군데 돌았는데 전부 94처럼 생긴 마스크만 팔아서 숙소 근처 팔라디움으로 한번 와봤다.

여기 약국 친절하다. 그리고 덴탈마스크 10매<- 이렇게 묶어서 판다. 마스크 질도 뭐 괜찮은 것 같다. 가격은 물론 별로 저렴하진 않지만 필요하다면 여기로 와보는 것도 괜찮다.

우연히 카프카 동상을 마주쳤다. 한 층 한 층 돌아간다. 엄청 큼.

이거 보고 싶어서 일부러 이쪽으로 왔다. 공중에 매달린 지그문트 프로이트 동상. 엄청 특별하진 않음. 그냥 덩그러니.. 매달려 있다. 심지어 여기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쳐다도 안 본다. 다들 핸드폰 하거나 지도보고 지나치는 곳인 것 같긴 하다. 내가 사진 찍으니까 앞에 오던 사람도 위에 쳐다보고 사진 찍더라구.

이날의 주요 일정은 클레멘티눔. 멋진 도서관 내부를 볼 수 있고 높은 타워도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개별 방문은 안 되고 시간별로 짜여져 있는 가이드 투어를 이용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알 고 있다. 인터넷으로 예약하려니까 학생 요금이 적용이 안 돼서 직접 가서 티켓을 끊었다. 한국어로 되어 있는 팜플렛도 같이 주심.

딱 맞게 투어 시작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다음 타임으로 끊어 주셔서… 시간이 엄청 애매하게 떴다. 그래서 주변을 좀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우선 카를교를 건너 프라하의 아기예수 상이 있는 성당부터 가보기로. (아기예수 상에 얽힌 얘기가 재밌어서 여기를 가보기로 했다.) 시간이 애매해서 빨리빨리 걸었다.

그리고 도착. 각국 언어로 기도문이 적혀 있다. 한국어도 있음. 나도 한 장 집어들고 읽어보았다.

프라하의 아기 예수 상. 크기가 작다. 이 앞에서 기도하는 사람도 많고 사진 찍는 사람도 많다. 지금 글 쓰면서 이 상에 얽힌 이야기를 다시 읽어봤는데, 또 읽어봐도 흥미롭다. 천상의 미소가 새겨져 있는데..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성당에서 나와 좀 더 걸었다. 시간이 좀 남아서 캄파 공원에 잠시 들렀다가 클레멘티눔으로 가기로 했다. 날씨가 그렇게 춥지 않아서 좋았다. 물론 난 추우나 더우나 밀리바막이었지만 어쨌든.

캄파공원으로 가는 길. 카를교 중간에서 내려오면 더 빨리 갈 수 있다. 가로수가 양쪽으로 쭉 늘어서 있는데 애기들이랑 산책 나온 사람들이 진짜 많았다.

좋다. 근데 밤에 오면 좀 무서울 것 같기도.. 예전에 스페인 갔을 때 저녁 산책해야지! 하고 공원으로 나갔던 적이 있다. 난 가로등도 있고 어쩌고 저쩌고 할 줄 알았는데 불빛이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너무 무서워가지고.. 바로 나왔던 기억이 있다. 암튼 여기도 해 떨어지면 깜깜할 것 같기도 하고. 미술관이 있어서 덜할 것 같기도 하고..

한국에서 걸어서 세계 속으로 프라하 편을 보고 왔는데, 그 영상에서 이 두 작품이 나와가지고.. 꼭 실제로 보고 싶었다. 위에 있는 커다란 아기 동상이랑 아까 봤던 카프카 동상, 매달린 프로이트는 다 같은 작가 작품이라고 알고 있다. 암튼. 재활용 병으로 만들어진 이 노란 펭귄들은 플라스틱 소비 및 지구온난화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펭귄이라는 동물의 생존 자체가 지구온난화 현상과 직결되어 있음) 인간들아 우리 잘 좀 하자 제발.

자.. 이제 시간이 다 되어 다시 클레멘티눔으로 돌아갔다. 카를교 중간 샛길로 올라와서 쭉 걸어가서 클레멘티눔에 도착. 타이밍 좋게 가이드 투어 티켓 끊은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투어는 영어로 진행됐다. 쉬운 영어라서 괜찮았다. 모르면 팜플렛 컨닝하면 됨. 여긴 예전에 예수회 대학으로 사용된 건물이라는데, 지금은 전망대로 쓰이는 천문 타워, 천문 관측에 사용됐던 장비들이 전시된 홀과 도서관(!!)이 있다. 앞사람을 따라 좁고 긴 나선형 계단을 계속 올라야 한다. 멈추지 말고 쭉쭉 올라가다 보면 도서관이 있는 층이 나온다.

도서관에 원래 불을 꺼 놓아서 가이드가 쫌만 기다려 불 켜고 올게! 이러고 불을 켰는데…. 그 내부가..

이렇게 생겼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는 거냐고.. 불 켜기 전에는 안에가 깜깜하니까 사람들 전부 아무 생각 없이 쳐다보다가 전부 ㅇㅁㅇ 이런 표정 됐었음. 물론 나도.

안으로 들어갈 순 없고 밖에서만 볼 수 있다. 근데 진짜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무슨 그림 속에서만 봤던 그런 도서관이 눈 앞에 있으니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 책장부터 시작해서 천장화, 가운데에 있는 지구본까지. 눈을 뗄 수가 없다. (여기저기 보느라 사진이 별로 없다.) 불 켤 때 마침 문이랑 가장 가까이에 서 있어서 가장 먼저 들어가서 봤는데, 좀 더 보고 싶어서 사람들 다 빠진 뒤에 한 번 더 들어가서 봤다. 어떻게 이런 도서관이 있을 수가 있냐. 참 나..

책이 이렇게 분류되어 있다. 이쪽에서 봐도 저쪽에서 봐도 멋지다. 스트라호프 수도원 도서관보다 좀더 앤틱한 느낌이었다. 두 곳 다 좋았다. 클레멘티눔 도서관은 불을 켜는 순간.. 그러니까 이 도서관 내부가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이 너무 드라마틱해서 기억에 남는다. 암튼 여긴 꼭 가야한다. 시간이 없으면 쪼개서라도.. 이 도서관만을 위한 시간을 내서라도 가야된다.

천문타워 위로 올라가면 프라하가 한 눈에 다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카를교 전망보다 훨씬 멋진 것 같다. 이렇게 날씨 좋은 날 올라오면 예쁜 사진들을 찍을 수 있다. 도서관부터 뷰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가이드 투어 하길 잘했다 싶었다. 프라하 여행 중 갔던 수많은 스팟들 중 이곳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지금도 클레멘티눔 투어가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멋졌던 클레멘티눔. 가이드 투어를 마치고, 그 앞에서 마을 버스st 194번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 다리가 아파서 냉장고에 넣어둔 빵도 좀 먹고 쉬고 하려고 돌아갔다.

194번 버스는 이렇게 구시청사 근처를 지나간다. 사람 구경 좀 하다 보면 금방 호텔 도착.

생리대를 사러 슈퍼에 들렀다. 걍 아무거나 집었는데 진짜 이 생리대 얼마나 웃기냐면.. 얼마나 웃긴지 다음 글에 써야겠다. 나 이거 사고 너무 황당했잖아. 암튼.. 사진에 찍힌 건 모닝미닛 시리얼. 초코도 있고 코코넛도 있고 월넛.. 어쩌구도 있고.

호텔에서 머무르는 마지막 날이니 저녁을 테이크아웃 말고 나가서 먹기로 했다. 꼭 먹어보고 싶은 체코 음식이 있었는데… 바로 스비치코바다. 소고기에 크림 소스, 크랜베리인지 라즈베리인지 베리로 만들어진 소스를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소스에 베리가 들어 있는 게 아니라 무슨 잼 같은 게 같이 나오길래 신기해서 먹어 보고 싶었다. 식당은 여기.

Restaurant Zlatý Klas s.r.o.
+420 251 562 539
https://maps.app.goo.gl/crJw4nTSvMEZZ6XBA?g_st=ic

Restaurant Zlatý Klas s.r.o. · Radlická 608/2, 150 00 Praha 5-Smíchov, 체코

★★★★☆ · 음식점

maps.google.com

들어갔는데 사람이 별로 없었다. 어디 앉아야 하나 둘러보는데 직원이 안쪽으로 안내해 줘서 티비가 잘 보이는 쪽에 앉았다. 티비에 아이스하키가 틀어져 있어서 .. 보고 싶어가지고.

맥주도 마셔 볼까 했는데 마침 논알콜이 있었다! 논알콜을 보면 도저히 지나치질 못 하는 이 사람. 망설임없이 논알콜 맥주 주문했다. 스비치코바랑 사이드 메뉴로 감자전 같은 것을 주문했는데…

감자전인줄 알고 주문했는데 튀김이었던 건에 대하여.

저 크림 밑에 베리 잼이 숨겨져 있다. 맛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리미했다. 크리미하고 크리미하고 크리미한 맛. 그냥 먹자마자 크리미. 라는 글자가 떠오를 정도로 맛도 질감도 부드럽다. 소스만 먼저 먹어보고, 잼과 함께 먹어보기도 했는데 역시 잼이랑 같이 먹었을 때 맛이 더 풍부해진다. 부드러운 크림에 단맛이 더해진.. 암튼 그런 맛이다. 빵도 폭신폭신. 고기도 질기지 않았다. 다만 정말 채소라고는 1그램도 들어있지 않아 .. 중간에 채소가 먹고 싶어지긴 했다. (근데 이건 체코 음식 대부분이 이런 편이지 않을까 싶기도) 경기 보면서 천천히 먹으려고 앉았는데 경기 내용 생각도 안 남. 사진상으로 고기가 적어 보이는데 아니다. 고기도 빵도 모두 적절한 양이었다. 이 이상으로 많았으면 좀 느끼했을 것 같기도 하다.

저 감자전은… 아니 난 전인 줄 알고 시켰는데 으깬 감자를 패티처럼 두툼하게 만들어 튀긴(!) 요리였다. 어쩐 일인지 기름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도저히 한 개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저 사진만 봐도 그 기름 냄새가 입안에 맴도는 것 같다. 하지만 논알콜 맥주도 훌륭했고, 메인 요리인 스비치코바도 훌륭했고, 그냥 모든 게 훌륭했으니…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한국인들이 써놓은 구글 리뷰가 간간이 보이는데 타르타르나 꼴레뇨도 맛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쉬운 게 꼴레뇨를 못 먹은 거. 한국에서 족발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체코에서 인생 첫 족발을 먹어볼 수 있는 걸까나 싶었는데.. 기본 2인분이 서빙되어 혼자 먹기엔 부담스러운 양이어서 못 시켰다. 아쉽다!

트램 타고 그냥 돌아가려다가 쇼핑몰 구경 했다. 뭐 식당도 있고 그런가보다. 1층만 대충 보고 나왔다.

플라잉 타이거 매장이 있어서 들러봤다. 근데 여기 간판이 원래 폰트가 이런 느낌이었나? 뭔가 고딕체였던 것 같은데..

구글포토 뒤져서 마드리드 사진 꺼내옴. 로고가 바뀌었나보다. 뭐 여튼..

그냥 여기저기 크리스마스 느낌 나는 제품들하고 오너먼트 천지. 이런 것에 관심 없는 사람은.. 오~ 귀엽다 귀엽다~ 하고 슝 나와버림.

테스코가 있어서 가봤다. 매장 엄청 크고 물건 엄청 엄청 엄청 많음. 맛있는 거 뭐 있나 보러 갔는데 그게 그거 같아서 그냥 나왔음.

밀리바막 없었으면 울었을지도 몰라

마지막 밤이라 빨랑 씻고 티비 보다가 자려고 했더니만 텔레비전 안 나옴. 자기 기분 좋을 때만 나오는 텔레비전.. 나왔던 채널도 다시 보려면 안 나오는 요상한 텔레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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