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왠지 늘어지는 토요일 아침이다. 여긴 아침엔 항상 이렇게 뿌옇다. 그러다가 해가 나면서 맑아진다. 이른 시간이지만 레스토랑에 내려가 조식을 먹기로 했다.

메뉴는 비슷비슷. 요거트에 올려 먹는 토핑이 많아서 좋다. 말린 자두나 호박씨(맞나?), 그래놀라 등등. 초콜릿 칩이 들어간 것도 있고 여튼 종류가 다양해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난 그냥 있는 거 다 넣어 먹긴 하지만(..그냥 잘 먹는 사람) 이날 그 구운 버섯을 다시 먹을 수 있을까 기대하며 내려갔는데, 토마토 요리로 바뀌어 있었다. 아쉬웠다. 웰컴 드링크는 아주 좋았다. 실론티 같은 맛. 나는 실론티 좋아하니까.

저 하얀색… 오트밀 죽 같은 것일까..? 알 수 없는 맛이었고 두 술 뜨고 남겼다.. 초코 머핀도 별로. 역시 초콜릿 칩 들어간 크로아상이 최고다. 초콜릿 잼 들어간 거 말고. 초콜릿 코팅 되어있는 거 말고. 암튼 있음. 내가 좋아하는 거. 여긴 식당에 피아노 쳐 주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 분의 연주를 들으며.. 아주아주 여유롭게 식사를 했다. 역시 돈이 좋긴 좋구나 하는 걸 느끼면서..

10/29 계획
papelote shop / 프라하 디자인 마켓 / 아네슈카 수도원 / Luxor
프라하가 큰 도시가 아니다 보니 볼 게 많이 없나.. 싶었는데 의외로 볼 게 계속 나온다. 아 물론 내가 별로 안 돌아다니고 금방 숙소로 와서 그런 걸 수도 있음. 여행지에서도 늦게 나가고 일찍 들어오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나예요



뭘 할까 한참 생각하다.. 어제 체코 관광 사이트 들어갔다가 디자인 마켓이 열린다는 정보를 본 걸 기억해냈다.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서 그냥 가지 말까 고민하다가.. 일 년에 몇 번 안 열리는 행사라고 하니 트램을 타고 나갔다. 이날도 정말 늦게 나감. (정말이지 반드시 혼자 여행해야 하는 스타일이네 나)

그 전에. 어제 못 갔던 그 가게를 다시 찾아갔다. 이사했다는 곳을 구글맵에서 찾아서 방문함. 여긴 프라하에 있는.. 음..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감성 문구점(??) 같은 곳임. 주로 지류 굿즈들을 판다. 다이어리나 수첩, 종이로 만든 파우치, 마스킹테이프, 다이어리를 위한 펜 꽂는 밴드.. 등등등. 솔직히 나는 다이어리도 수첩도 파우치도 밴드도 마테도 필요하지 않지만 순전히.. 구경하기 위해 찾아갔다. 아니 또 가서 보면 예쁜 게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 많고 많은 상품들 사이에서.. 내가 사고 싶었던 건 이 자. 이 자 너무 귀엽고 실용적이어서 이거 새 것은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 비매품이라고.. 다들 다이어리 사 갈 때 혼자 비매품 고르는 이 마이너한 취향 어쩔거냐. 한국에선 그 독일제 접이식 자 되게 비싸게 주고 사야 하는 걸로 알고 있어서,, 여기서 보고 되게 반가웠는데. 암튼 아 지금 사진 보면서도 아쉽네.

아쉬우니까 뭐라도 사 갈까 하고 이곳저곳을 살펴보았지만 정말 그 자 빼고는……. 사가도 도저히 쓰지 않을 것 같아(다이어리도 수첩도 안 쓰는 사람) 그냥 나왔다.
내려와서 다시 트램을 타고 디자인 마켓을 향해 출발. 난 사실 컵이나 접시에도, 옷이나 수제 화장품.. 기타 아기자기한 디자인 굿즈에도 전혀 정말 전-혀 관심이 없어서.. 디자인 마켓에 가면서도 내가 도대체 여길 왜 가고 있나 싶긴 했음..^^ 관심 0.. 일 년에 몇 번 안 하는 거라니까.. 간 거임..



와우 사람 정말 많았다. 근데 사람보다 강아지가 더 많았다. 엄청 큰 강아지도 있었다. 강쥐들 너무 귀여워서.. 이날 굿즈 뭐 있었는지는 잘 생각 안 나고 강아지들만 생각남. 이렇게 부스가 쭉 있고 직접 만든 상품들을 파는 그런 마켓이었다. 옷이나 장신구 가방 컵 접시류가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먹거리 부스도 많았다. 푸드트럭도 몇 대 왔고. 츄러스 부스 인기 진짜 많았고 팔라펠 부스도 있었다!!!!! 팔라펠 사 먹고 싶긴 했는데 부스 반 바퀴 돌고 나니 급 흥미 떨어져서 그냥 트램 타러 감.

그리고 수도원 왔다. 잘 알진 못하지만 이쪽이 확실히 더 흥미롭다. 우선 초입부터 매우 조용한 점이 아주 맘에 들었다. 여긴 보헤미아 공주이자 수녀였던 아그네스가 세운 곳이라고 한다. 설명을 후루룩 읽고 티켓을 끊으러 갔다.

여기도 국립 미술관 중 하나이기 때문에 국제학생증을 제시하면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안에는 미술 작품이 전시돼 있다. 티켓을 끊고 겉옷을 맡겼다. (아주 잘못된 선택이었다)

수도원은 이렇게 생겼다. 안쪽에 있는 문을 밀고 들어가면 전시관이 나온다. 당연히 모두 종교화다. 조각도 많다. 작품이 생각보다 많고, 춥다. 내부가 정말 정말 정말 춥다. 마지막에는 집중을 못 할 정도로 추웠다.



관람하다가 창문 밖을 내다봤다. 규모가 상당히 크다. 길 잃기 딱 좋겠다.. 따위의 생각을 한 것 같다.

이쪽 섹션이 가장 흥미롭다. 비슷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표현 방법이 다 다르다. 표정도 다 다르고 분위기도 조금씩 다르다.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여러 그림들을 비교하면서 보면 좀더 재밌다. 여기가 마지막 섹션이었고 가장 흥미로웠는데 정말이지 너무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얼른 얼른 보고 호다닥 나갔다. 너무 추웠어 진짜로



수도원 안쪽으로 들어왔다. 천장이 높고 넓은 공간이 쭉 이어진다. 넓은 공간이 아무것도 없이 뻥 뚫려 있으니 조그만 소리도 크게 울린다. 내가 갔을 때 아무도 없었는데, 뭐랄까 무서웠다고나 할까. 길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추워서 더 그랬나. 말로 표현을 못 하겠다. 희한한 느낌이었다. 동시에 수도원은 이런 곳이었구나.. 신기했다. 책이나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여기서 봤던 그림도 그림이지만 이 공간에서 느꼈던 묘한 기분이 잊혀지지 않는다.

정말 여러 공간이 있는데, 어떤 문으로 들어가니 이런 곳이 나왔다. 아이들을 위한 그런 곳?


관람을 끝내고 나왔다. 중정으로도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나가는지 도저히 모르겠어서+그리고 너무 너무 추워서 나와서 옷을 찾아 입었다. 춥고 분위기가 엄숙하면서도 묘한데 또 재밌었던 곳.

화약탑 근처로 걸어왔다. 이 근처에 연필 가게가 있는데 그 연필 가게에 가고 싶어서.

여기다.
KOH-I-NOOR HARDTMUTH Trade a.s.
+420 739 329 019
https://maps.app.goo.gl/JwxN1MDHhcrTxFU26?g_st=ic
KOH-I-NOOR HARDTMUTH Trade a.s. · Na Příkopě 860, 110 00 Nové Město, 체코
★★★★★ · 용지 판매점
maps.google.com
코이누어 라고 읽으면 되나? 싶어 찾아보니 코이누르 라고 읽는단다. 어쨌든 여긴 무려 1790년대에세워진 문구류 회사다. 연필 하면 떠오르는 그 노란 연필을 처음으로 생산했다고. 프라하 여기저기에 가게가 있다. 화약탑 근처에도 있고, 바츨라프 광장 쪽에도 있다. 화약탑 근처는 연필이랑 색연필, 샤프 같은 것만 갖다둔 느낌이고 바츨라프 광장 쪽에 있는 가게는 스케치북이니 뭐니 하는 것도 같이 팔고 있어 문구점 같은 느낌이 든다. 근데 색연필류는 바츨라프 광장 쪽에 있는 게 더 다양한 것도 같고… 암튼.
여기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샤프 하나랑 색연필을 하나 샀다. 신기했던 건 흑연‘만’ 연필 모양으로 깎은 제품도 있었다는 거. 미술 하는 사람들이 쓰는 건가 보다. 검지손가락 만한 길이와 두께였는데, 매우 묵직했고 흑연에 종이만 둘러 있었음.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그 제품을 만져 보는 순간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가 널빤지에 목탄으로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떠올랐다 ㅋㅋㅋ

숙소로 들어가기 전, 프레드릭 책이 있는지 보기 위해 서점에 들렀다. Luxor는 체코의 교보문고 같은 곳이라고 한다. 실제로 규모가 꽤 크고, 광화문 핫트랙스만큼은 아니지만 굿즈들도 많이 팔고 있다. 웹사이트에서 어느 지점에 책 재고가 있는지 없는지 볼 수 있다.


엘피도 판다. 올리비아 로드리고, 블랙핑크, 아리아나그란데, 해리 스타일스, 시그리드 등 유명한 가수들 앨범이 있었다. 아리아나 그란데 바이닐 하나 사올까 하고 봤더니 이미 있는 것이었음. 음 그런 의미에서 컴백 좀 해주세요(???)

그리고 동화책 코너로 가려고 틀었는데 케이팝 코너가 따로 있었음. 오우… 아니 자세히 봤더니 방탄 앨범이 절반 이상이었닼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일본 앨범까지 쭉 있었고 프루프 영포 화연 뭐 다 있었다.

여기.. 혹시 덕후 있나요? 잭인박이 있을 줄이야..! 방탄 말고도 스테이씨 소녀시대 케플러 블랙핑크 트레져 투바투 등등.. 아니 여기 교보 아니지?

프레드릭은 코빼기도 못 봤지만 방탄 앨범 봐서 좋았다. 숙소에 와서 검색해보니 호텔 옆 luxor에 프레드릭 재고가 딱 한 권 남아 있다고 나와서 신나게 돌아왔다. 요거트랑 저녁 먹으면서 하루를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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