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 체크아웃 하는 날. 요거트 토핑이 맛있는 그란디오르.. 이날 초코크로아상 야무지게 두 개나 챙겨먹었네 하여튼 한 놈만 패는 인간답다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 전 호다닥 나왔다. 전날 밤 자기 전에 프레드릭 재고를 확인했는데.. 호텔 바로 옆 luxor에 딱 한 권이 남아 있었던 것. 누가 선점할까봐 튀어나감.

그리고 도착했는데… 재고 표시가 잘못돼있던 것 같다고… 책이 없다고 했다. 하… 다른 기념품 다 필요없고 프레드릭 딱 한 권만 있으면 되는데. 여기 없으면 이제 프라하 luxor에는 완전히 없는거라 힘이 쭉 빠졌다. 여튼 결국 프라하에서 프레드릭 구하기는 실패. 아니 근데 지금도 재고 있다고 떠있네. 뭐하묘? 수정이란 걸 안 하는 걸까나
10/31 계획
체크아웃 / luxor / 중고 서점 / 체크인


백팩하고 노트북 파우치를 호텔에 맡기고 중고서점(Knihkupectví a antikvariát Spálená)에 들렀다. 여기도 역시 프레드릭은 없었고 이때부턴 그냥 포기하고 무슨 책 있나 둘러봤다. 동화책 코너가 역시 재밌다. 어렸을 때 한 번이라도 들여다봤던 책들이 있다.


엘피 가게에 가볼까 싶어 걷다가 급 흥미를 잃고 호텔쪽으로 돌아와 짐을 찾았다.
체크아웃을 잘 하고 가려고 하는데 그 베드버그 나왔던 숙소 주인이 웬 보상 청구를 한 것이 아닌가. 내가 그 숙소 체크아웃 하고 무려 5일이나 지난 이 시점에서. 정말 이건 뭐지 싶어서 우선 요청 거절을 누름. 글로만 쓰니 담담하게 그냥 어? 뭐야? 요청 거절. 이렇게 한 것 같은데 에어비앤비 고객센터에 통화까지 함. 이런 적은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러웠다. 빨래 건조대 안 접고 나온거 뭐 이런 게 아니라 무슨 내가 벽을 부수고 조화를 망가뜨리고 벽에 얼룩을 만들었으며 침대 머리였나 무튼 침대를 긁었단다. 이게 뭔 소리.. 난 거기에서 자지도 않았는데.. 보상 금액도 적은 돈이 아니라서 센터에 물어보니 그러면 요청 거절을 누르라고 해서 일단 눌러둠. 정말이지 프라하라는 곳… 도대체 뭘까… 정이 떨어진다…

너덜너덜 여행 일정은 여전히 남아있다. 솔직하게 적자면 여행 일정이 빨리 끝나길 바랐다.
그때 받았던 십만 얼마짜리 에어비앤비 쿠폰 아꼈다가 나중에 쓸까 잠시 고민했는데, 쿠폰 그냥 소진해 버리고 에어비앤비 어플 지우려고 외곽에 있는 아파트를 잡았다. 문제 상황에 대한 에어비앤비 측의 대응이 싫은 게 아님. 해줄 거 다 해줬음. 근데 집주인이 이렇게 내가 하지도 않은 걸 꼬투리 잡아서 요금 청구할 줄은 몰랐고. 이 일로 인해 다신 에어비앤비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버그 출몰로 인해 가져간 옷도 버려, 가방도 버려, 옷도 사입어야 했고, 호텔비로 예산도 초과했으나 그 비용 청구는 안 했음. 망한 여행 복구하느라 돈을 들이부었지만 그 비용 청구는 안 했다고. 이미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는데 이 상태로 호스트랑 분쟁까지 하게 생긴 거다.
하… 여튼 새로 잡은 아파트는 9층이었나 10층. 산책하고 자연 있고 뭐 이런 동네다. 저쪽넓은 초원에는 말도 다닌다. 아침에 블라인드 걷으면 말 풀 뜯는 거 구경할 수 있음. 숙소는 좋았다. 불편함이 없었다. 호스트로 있는 커플은 매일 아침 출근해서 밤늦게 들어왔고 난 그냥 그 집을 거의 혼자 썼던 것 같다. 외곽이라 시내 안으로 들어가는 건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이제 돌아다닐 만큼 돌아다녀서 자잘한 외출을 제외하곤 거의 숙소에 있었다.

장을 보러 가려고 나왔는데 안개가 장난 아니게 꼈다. 사진은 깨끗하게 나온 편인 거다. 실제로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춥고 스산한데 안개라니. 밀리바막 뒤집어 쓰고 목도리 칭칭 감고 장 보러 나갔다. 암만 화가 나도 일단 장을 보고 뭘 해 먹으면 기분이 나아질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이 숙소는 도심과는 멀지만 몇 가지 장점이 있다. 내부에 햇빛이 뜨거울 정도로 잘 들어오고, 대형마트가 있는 쇼핑몰에 5분 안쪽으로 걸어갈 수 있다. 이제까지 여행 기록 한 걸 쭉 읽어보니 되게 오랫동안 나가 있었던 것 같은데, 하루에 서너시간 정도 관광하고 나머지 시간엔 숙소에 있었다. 해외까지 왔으니 안 나간 날은 없지만 오후 2시에 숙소 나서고 뭐 이런 식으로 아주 느리적거리는 여행을 했다.
한국이든 해외든 집순이 생활을 지나칠 정도로 좋아하는. 먹는 것도 노는 것도 그냥 모든 걸 집에서 해결하는.. 매일매일 집에만 있어도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나에게, 깔끔하고 햇빛 잘 들어오는 숙소+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는 마트의 조합은 훌륭한 걸 떠나 완벽했다.



멋지고 유명한 관광지만큼이나 재밌는 게 마트다. 처음 보는 식재료가 널려 있으니까. 이건 뭐지? 저건 뭐지? 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름. 여튼 적당히 사왔다. 사와서 먹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머무를 동안 그걸 다 소진할 자신이 없어서 슬프게도 그냥 늘 먹던 것만 샀다…
추가요금 청구 관련해서 검색해봤더니 등록된 카드에서 돈이 나간다는 얘기가 있어서 체크카드 돈을 전부 다른 통장에 빼놨다. 그리고 그냥 지폐랑 대충 챙겨서 장보러 나갔는데 몇 센트가 부족한 거임. 하.. 그래서 카드에 돈 넣고 어쩌고 하느라 계산대에서 시간이 지체됐는데 뒤에 있던 분이 너 몇 센트 없는거야? 걍 내가 내줄게 ㅇㅇ 이러셔서 아 괜차나요 괜찮아요 고마워요!! 이러고 다행히 카드결제 잘 했다. 날개없는 천사아니냐고. 고맙습니다.

호스트 찬장 올려다봤는데 참이슬 있었다. 참이슬이 여기에 왜 있는 거야 근데…? 이 지구 반대편에…? 누가 선물했나?

스페인 이후 외국에서 냉동 피자 첨 먹어봤는데 넘 맛있었고… 주방이 있는 숙소가 좋긴 좋구나 하는 걸 느낌. 그렇지만 에어비앤비를 다시 이용할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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