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6
바르셀로나 01

나. 지금. 바르셀로나에 있다. 숙소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서 (머리가 안 마름) 블로그 쓰는 중인데 티스토리 임시저장 기능 없앴나요? 진짜 맘에 드는 구석이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당황스러울 정도네 비밀글로 썼다가 다시 발행하는 것도 하나도 안 되던데,,. 디자인만 업글하고 세부 내용은 나아진 게 없음 ㅋㅋㅋ 거듭거듭 말하지만.. 이런 거지같은 어플은 니가 처음이다

아무튼 나 지금 바르셀로나에 있다구여.
9월에 표 끊었는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다분히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일단 왜 그랬냐면 도피가 80%였다. 아니 근데 도피가 80%인데 학기 중 도피도 아니고 방학 중 도피면 너무 착한 도피 아냐? 참나. 어쨌든 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자나요 사람이? 머 그렇게 된 거다. 아니 머 그래 물론 내 문제가 둥실둥실 있는 서울을 떠난다고 해도 내가 해결해야 할 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거기 있지만 사람이라는 건.. 그걸 알면서도 멍청한 결정을 하잖어요 가끔.
어쨌든 인턴 두번 하고 알바 과외 해서 번 돈 쟁여서 여행 왔다. 그래서 내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건 뭐다? 돈이다. 이거져. 제일 신경쓰이는 거. 예산. 아 나두 돈 왕창 있었음 좋겠네. 슬플때 비싼 차키 손에 쥐고 젤 좋은 호텔방 침대에서 울었음 좋겠다. 누가 카드 주고 일주일마다 이 액수 쓰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했음 좋겠네. 별 생각을 다하네
암튼 너무 돈돈거려서 미안하지만 젤 중요한거 1순위. 예산. 2순위. 미술작품. 나머진 별로 안 중요. 안전은 0순위.


만반의 준비. 그놈의 베드버그. 안 나오는 게 최선이겠지만 전부 조져버리기 위해 비오킬 준비. 나는 피곤하면 알러지성 비염과 결막염이 같이 오기 때문에 지르텍도 준비. 주워 들은건데 베드버그에 물려도 효과 있다네여.
옷핀은 진짜... 눈물 난다. 안그래도 돈 없는 대학생 여행객 지갑 털어 가는 개새끼는 접시물에 코박고 싸게 죽어라. 알았니. 후크 달려 있는 걸로 핸드폰 매달고, 에어팟, 동전지갑도 달았다. 채 가는 놈 대가리 깬다고 이 갈며 준비.. 준비랄 것도 없지만 어쨌든. 지금도 매우 철저히 다니고 있다. 큰돈 들어 있는 아주 쨔근 가방은 코트 안에, 나머지는 그냥 가방에. 여권도. 아니 남의 주머니 털어서 먹고 사냐. 빈대만도 못한 놈들아.


출발. 아빠가 공버 타고 가라고 그래서 얌전히 공버 탔다. 빠르고 따뜻하고 편하고 잠이 솔솔온다. 그리고 너무 일찍 도착해서 아이패드에 그림 오백장 그리다가 탔다. 나는 언제 퍼스트 클래스 타보나. 맨날 이생각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 똑같져?


내 자리는 화장실 근처. 나는 무조건 통로가 좋다. 안쪽에 앉아서 죄송해하며 나가지 않아도 되니까. (안쪽에 앉는 사람이 죄송해야 한다는 거 아님)
아시아나는 쌈밥 맛집이므로 쌈밥 선택했고.. 와인도 한잔 시켜보았는데 먹구 한 두시간 기절한 것 같아여.


잠깐 깨서 이번에 기고해야 될 리뷰 책 읽고.. 짧아서 금방 읽히던데요.. 아무튼 읽고,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이제서야) 읽고, 얼마 전에 나온 레드벨벳 사이코 글씨 타이포가 갑자기 땡겨서 슥삭. 망사 어느 세월에 그리냐


그리고 한참 졸다가 일어나보니 핏쟈가 있어서 이탈리아 여행 생각하며 핏쟈 념. 그리고 또 그림 좀 그리고 어쩌고 졸고 하다보니 또 밥 시간이 되어서 얌전히 밥. 다 맛있었다. 선잠 들고 졸고 어쩌고 하다 보니 도착.


근데 이때부터 멘붕 시작. 유심이 심 없음으로 읽히지 않는 것이다. 나 숙소 찾아가야 하는데... 처음엔 멍했다. 이게 뭐지? 내가 잘못 꽂았을 거야. 근데 어떻게 해도 내 유심..... 핸드폰에서 읽질 못한다.
뱅기에서 내려 입국심사 때까지 간신히 공항 와이파이를 잡아 검색했다. 나는 내가 뭘 잘못했을 거라고, 유심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이게 웬걸. 내 것이 불량 유심이었다.
진짜 멘붕이었다. 왜냐면 난 혼자 왔고, 내가 숙소까지 가는 걸 도와줄 사람이 없고, 지도도 안 켜지고, 여긴 지구 정반대고, 내가 할 줄 아는 건 어정쩡한 영어 뿐이니까.
아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침착하자. 방법은 어딘가 있다.. 이 생각을 번갈아 가면서 했다. 일단 스페인에 있는 양말씨한테 연락을 했고, 엄마한텐 연락을 할까 하다가(한국이 새벽이기도 했고, 다 처리된 다음 연락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일단 알리긴 알렸다. 그리고 공항 유심 가게를 찾아갔는데 설상가상 공항 유심 가게 마감이란다. 참 운도 없지!
와이파이도 약해졌고 카톡을 거의 받을 수가 없었다. 오프라인 지도 다운로드는 1%에서 멈춰있었고 나도 멈춰있었음 ㅋㅋㅋ 내가 마음속에서 외치고 잇던 말 : 시발 진짜..... 되는 게 없네
원래 전철로 집에 가기로 했는데.. 지도가 없어서 내리고 난 후가 답이 없어 일단 택시를 탔다. 그리고 택시비 4~5만원이 나왔다 ㅋㅋ 아니 그 미터기를 보는데. 처음엔 화가 났는데 갑자기 너무 서러웠다. 도대체 일처리를 어떻게 했길래 내가 애지중지 긁어모은 돈을 쓰게 만드는지? 너무 서러웠다. 내 속도 모르고 미터기는 계속 올라가고. 현지에서 끼우면 된다며. 진짜 안 그래도 최저예산 잡아서 온 건데 엄한 데서.. 내가 밥을 먹었니 장을 봤니. 그저 도착해서 숨만 쉰 게 전분데 아 진짜 얘기하다 보니까 또 서럽네 시발 돈 열심히 벌어야지. (?) 아니 아니지. 많이 벌어야지. (??) 오만원 가지고 서러워하는 사람 되지 말아야지.

아무튼 숙소에 무사히 도착했는데 숙소 상태도 뭐 그닥.. 강력하게 비추천하고 싶다. 과거의 나를 혼내고 싶다. 호스트가 좋단 거 빼고, 그리고 귀여운 고양이가 있단 거 빼고 장점이 하나도 없다. 침대 시트 진짜... 미안하지만 여기 추천글 쓴 사람 좀 나와 봐라. 누군지 진짜. 당신의 기준이 뭔지 궁금합니다. 상상 그 이상이거든요 지금.
그래 그리고 그 고양이는 귀엽지만 아쉽게도 내 여행엔 그다지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냥 돈을 많이 벌어서 호텔 가고 싶다. 고 생각했다.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방법을 좀.. 잊은 것 같았다. 이것도 나중엔 웃으면서 얘기하겠지. 근데 지금은 그게 안 된다구요.
뭐.. 고양이 얘기가 나왔으니..


얘 카메라 진짜 안 받는다. 실제로는 진짜 너무 예쁘게 생겼다. 눈에 바다가 있는 것 같이 생겼다. 털은 너무 예쁜 연회색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내가 가만히 있어도 자기 몸을 내 다리에 비비고 팔에 문대고 난리 난리를 친다. 덕분에 나는 30초에 한번씩 재채기를 해야 했지만..... 그래 니가 좋으면 됐다.
난 고양이는 안 될 것 같다. 고양이 털만 봐도 재채기가 날 것 같다. 괜히 코를 킁 하게 된다. 얘는 나 밥 먹을 때마다 빤히 쳐다본다. ㅇㅏ 근데 얘 이름도 모른다. 뭐라고 알려 줬는데 어제 유심때매 정신 나가 있는데 들었을 리가 없지. 그래서 저 애기는 그냥 나비가 됐다.


아니 그리고 집에 베드버근 없는 것 같은데 바퀴벌레가 있다. 뭐. 고양이가 알아서 해주겠지. 나한테 해만 안 끼치면 된다. 내 국에서 나온다던가, 내 짐에서 튀어나오는 그런 일만 없으면. 맨날 내 방 불 켜고 문 닫고 나간다. 캐리어도 물론 닫고. 유럽이란 뭘까? 타지 생활이란 뭘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오늘의 느낀점은 돈을 많이 벌자는 것이다. 결론이 왜 이래 싶지만 그렇다구요... 그래요,, 돈돈거리는 거 나도 싫지만 사람이 돈돈거리는 덴 다 이유가 있다.


도저히 그 암울한 상태의 침대 시트에 누울 순 없어서 여기 있는 큰 수건을 깔았다. 암담하군요. 유심 때문에 긴장을 하고 집 상태 때문에 너무 그랬는지 몸이 욱신거렸다.... 별 아우 진짜.... 방이 너무 추워서 오들 떨다가 문득 작은 히터를 발견하고 켜고 잤다. 후리스 위에 후드티 입고 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얼마나 추웠는지 알겠죠
사진은 내가 먹은 요거트. 도착을 7:45쯤에 했는데, 옆에 있는 가게가 8시에 닫는단다. 담날 크리스마스. 가게 다 닫는다. 잽싸게 엉 오키오키~ 하고 내려가서 냉동핏쟈랑 빵이랑 요거트 사왔다.


다음 날 아침. 잠은 오더군요. 일어나 보니 고양이가 야옹거리고 호스트는 어제 파티 간다더니 사라졌고 일단 아침은 먹어야겠으니, 크리스마스 비상식량을 꺼냈다.
4시쯤 더워서 깼다가 다시 잠들었고, 7시쯤 다시 깼다. 근데 문득 뭘 읽고 싶어서 (도대체 뭔 정신인 건지???) 김영하 작가의 빛의 제국을 다운로드 받아서 읽었다. 이 의식의 흐름은 뭐지 도대체.

내 여행은 어떻게 굴러갈까? 알 수가 없다. 고양이 털 붙은 후드를 입고 수건 위에서 잘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액땜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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