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2
프라하 01 (221019)

이 여행을 왜 가고 싶어하는지, 여기에서 뭘 얻고자 하는지.. 내 맘을 내가 잘 모르겠는 상태에서 프라하로 떠나왔다. 프라하는 내가 애당초 선택지에 넣어뒀던 곳도 아니었는데, 솔직히 그냥 어디든 가야 될 것 같아서 왔다. 그래서 그런가? 프라하 도착한지 이틀이 지난 지금도 그다지.. 신이 나진 않는다. 그래도 다니다 보면 재미있는 게 나타나겠지 뭐.

일단 나는 다섯시만 넘어도 숙소로 복귀하는 사람이므로, 스페인에서도 그렇고 저녁 시간은 대부분 숙소에서만 보낸다. (한번 집순이는 영원한 집순이 아니겠습니까?) 주로 하는 건 밥 빨리 해먹고 얼른 씻고 누워서 그림 그리거나 블로그나 글 쓰기. 놀랍도록 한국에서와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 무튼 오늘도 일기를 쓰기 위해 전기장판을 켜고 앉았다. 엉덩이가 따수우면 글이 잘 나오니까요.. 물론 엉덩이가 글을 쓰는 건 아닙니다만. 여행 기록은 밀리면 대충 쓰게 되더라고. 과연 이번 여행은 끝까지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

공항버스가 집 근처 홈플러스에 서길래 시간 맞춰 나갔다. 출국 전날 비행기가 한 시간 늦춰져서 (9시->10시) 6:20거 타고 갔다. 두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공항버스 너무 오랜만.. 대충 한쪽에 구겨져서 청사과 신곡 반복재생 듣기..

전날 열한시부터 잠들어서 잠은 충분히 잤다. 공항가는 버스가 이렇게 안 설렌 건 또 처음이군

23kg까지 무료로 부칠 수 있는 옵션이었는데 16kg밖에 안 나왔다. 그래도 옷을 안 넣진 않았는데.. 화장을 안 하니까 화장품이 없어서 가벼운가? 노트북이랑 아이패드랑 크레마 넣은 파우치는 진짜 개무거웠는데 말이죠… 하지만 이 세가지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빠지면 바로 불안해지기 시작^^ 꼭 안 가져왔을 때 필요한 일 생김 ^^

어쨌든 탑승권 정말 5분만에 받고 짐 부치고 그냥 바로 들어가버림. 한시간 반밖에 안 남기도 했고 그래서 좀 서둘렀는데 게이트도 바로 앞이었고.. 한 번 늦춰졌는데 연착이 또 돼서……. 탑승 마감 시간이 의미가 있는 건가 싶기도.

공항 왔으니까 이런 사진 찍어줘야 되잔아

오랜 기다림 끝에.. 게이트마다 있는 티비에서 메이퀸 광고를 족히 다섯 번은 본 끝에 드디어 탑승함. 새벽에 추워서 밀리바막 입고 갔는디 줄 서 있는데 앞에서 어떤 분이 나를 콕콕 찌르더니 이화 다니냐고 물어보는거! 헙 이곳에서 벗을 만날 줄이야. 독일 여행하신다고 했는데 즐겁게 안전하게 잘 다니고 계시죠? 이것도 인연이니 남부로 내려오실 일 있으면 시간 맞춰 식사나 같이 하자고 하고 싶었는데.. 아쉬워

타자마자 두 시간 내리 잤다. 허리가 부서진 것 같아서 스트레칭 하러 뒤로 잠깐 빠졌다가 들어왔다. 근데 저 ‘선택한 요리가 제공되지 않는다 해도 속상해하지 마세요‘ 너무 웃김 ㅋㅋㅋㅋㅋ

아이묭 노래도 듣고 소년단 노래도 들었다

끝에 줄이어서 그런지 기내식 선택지가 없었다. 소고기.. 어쩌고였는데 국물 많은 갈비찜 같은 맛이었다. 감자는 버터 맛이 엄~청 많이 남. 초콜릿 무스 의외로 맛있었다. 마시고 자려고 와인도 부탁했다.

장거리 비행은 무조건 복도쪽 자리가 좋음. 창밖은 중간중간에 스트레칭하면서 뒤쪽으로 빠지면 볼 수 있다.

간식은 중간에 배치되어 있는데 사람들이 금방 다 가져갔더라,, 나 갔을때는 마들렌 하나랑 사탕만 남아있었음. 마지막 잎새 내가 가져옴.

밥 먹고 싶은데 한 번은 기내식으로 빵이 나온다. 피자빵이랑 이것저것 왔는데 피자빵이랑 코울슬로 주스만 마셨다. 그리고 딸기 요거트는 가져가서 먹어야지 하고 가방에 넣었는데… (재앙의 서막)

팬픽 읽으며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 어떻게 된 건지 분명 환승시간 4시간으로 잡았는데 한시간으로 줄어듦. 어떻게 된것이냐…

2F를 향해 돌진하는 나.. 갖고 있는 짐 검사 다시 했는데 아이패드랑 이것저것 들어있는 파우치가 뭐가 이상하다 해서 직접 열어보고 만져보심. (당연히) 아무 이상 없는 것으로 판정되어 휘리릭 짐검사 끝. 정말 꼼꼼히 확인해서 환승시간 1시간 미만이면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또 끝없는 기다림… 무슨 문제가 있어서 출발이 또 지연됨 너무 힘들엇어… 라뒤레라는 유명한 마카롱집이 눈앞에 있긴 했는데 도저히 의자에서 일어날 수가 없어서 안감. 뭐.. 원래 마카롱을 안 좋아하기도 하지만.

파리는 가본 적이 없는데 파리 공항은 두 번이나 와봤음.. 스페인이랑 지금.

아니 딱 자리 잡고 앉았는데 자꾸 뭐가 끈적거리는 것임. 그래서 아니 뭐지 청소가 안된건가? 했는데 알고보니 가방에서 요거트가 터져버린거. 하.. ㅅㅂ 기압차이 때문에 못견디고 터진듯. 다행히 가방 안에 들어있는 큰 장바구니에는 별로 안 묻어서, 요거트 꺼내고 그걸로 가방을 통째로 싼 뒤 짊어매고 옴.

늦게 출발했는데 시간은 딱 맞춰 떨어짐. 엄청 밟으셨나(?) 보다..^^ 무사히 짐은 잘 왔다. 오는 도중 스킨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캐리어가 스킨 범벅이 되긴 했지만. 악명 높은데 그나마 잘 와서 다행인거겠지?

나가니 이미 밤. 택시 잡는 데 줄이 너무 길어서 한국에서 다운받고 카드 등록까지 한 bolt로 택시를 잡기로. 줄 서있는 곳에서 택시 부르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일단 옆으로 빠져 좀 걸었다. 어떤 건물 앞에서 택시 불렀더니 30초만에 옴.

숙소를 향해 달림. 호스트가 할인 코드를 줘서 100코루나 싸게 왔다. 도로는 뭔가.. 한국 외곽이랑 비슷한 느낌? 한국 국도랑 느낌 비슷함. 부산콘에서 봤던 현대 강아지 로봇 광고가 있어서 반가웠다. 외국에서 한국 기업 보면 왠지 신기하고 반가움.

그리고 숙소 왔는데 오는 길이 너무 깜깜해 무서웠음. 정원이 있는 집인데.. 정원에 거미가 있어서 더욱 싫었음. (정원도 싫어하는데 거미까지 있으니 얼마나 싫겠음..)

나는 키를 안 써봐서 유독 키만 잡으면 헤맴. 문을 못 땀. 그래서 이 앞에서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호스트한테 결국 전화함. 근데 알고보니 그냥 왼쪽으로 돌리면 되는 거였다…

계단 개새끼…

이 집의 문제. 계단이 존나 많음. 알고는 있었는데 이정도로 개많을줄은.. 올라가는 건 어떻게든 올라갔는데 내려올때 캐리어랑 같이 구르지 않으면 다행임.

그리고 나는 청결도 점수가 꽤 높아서 괜찮을거라 생각하고 잡았는데.. ㅋㅋ.. ㅋ.. 그냥 다 개별로였다. 침대상태는 여길 누워? 말아? 고민될 정도였음. 일단 벌레는 없는 것 같아 시트에 호스트가 준 큰 수건 한장 더 깔고 누움. 그 위에 전기요도 깔고. (침대 위에 수건 까는 순간 스페인 첫 숙소가 생각나면서 이게 뭔 궁상이지 싶어짐) 여행도 왜 온 건지 스스로 잘 모르겠는데 숙소까지 별로라 기분이 점점 바닥을 기기 시작함.

가방이랑 가방 안에 있던 건 씻으면서 죄다 꺼내서 손빨래하고 헹궜다. 딸기향 나는 주민등록증은 난생처음임. 다 하고 누웠는데 모든 게 신경쓰여 잠이 안 옴. 그냥 방 나뉜 호스텔 수준인데; 난 이런 퀄리티를 원한 게 아니라 굉장히 실망함. 한국에서도 글코 타지에서는 더더욱 숙소(집)이 중요한데. 휴 도착했는데 걍 한국 가고 싶어짐. 거의 24시간만에 들어온 거라 몸은 피곤한데 숙소는 거지같으니 이게 도대체 다 뭔가 싶어지고 급 현타가 오기 시작. 가까운 일본이나 가서 넉넉하게 한달 지내고 올걸 이런 생각부터 시작해서; 후 이 여행을 과연 끝까지 무사히 끝낼 수 있을 것인가… 여행 아니고 고행 아니냐고 이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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